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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스팩 버리는 죄책감, 누구나 느끼지 않나요?”
    충남시민사회사 2021. 5. 16. 20:37

    ‘SAVE US’ 아이스팩 재사용 캠페인


    “한 번 쓰고 버리지만 여전히 새 것처럼 깨끗한 외형, 묵직하고 물컹해 ‘소각은 될까? 썩기는 할까?’ 하는 의구심. 다시 쓰려고 냉장고에 넣지만 사라지는 속도보다 불어나는 속도가 빨라서 결국 버리게 되는 죄책감.”
    -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신은미 활동가의 지역신문 기고 내용 중

    많은 사람들이 아이스팩을 버릴 때마다 이런 의구심과 죄책감을 느낀다. 코로나19로 많은 일상이 비대면으로 변화했다. 외식 대신 밀키트 같은 식료품 주문 배달이 급증했다. 이로 인해 음식 재료가 변질되지 않도록 택배 포장재에 사용되는 아이스팩 소비도 덩달아 늘었다. 신은미 활동가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아이스팩은 2억 개였고, 코로나19로 2020년 사용량은 3억2000만 개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한 번 쓰고 쓰레기통으로 향하기엔 너무나 깨끗한 아이스팩. 지난해 아이스팩을 재사용하기 위해 홍성에서 캠페인이 진행됐다. 논밭상점과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이 ‘SAVE US’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SAVE US’라는 이름에는 자원봉사센터, 재사용처를 포함한 캠페인 참여자 모두를 구하자는 뜻이 담겼다. 모임을 주도한 사람은 최루미 씨다. 논밭상점은 최루미 씨의 딸인 박푸른들 씨가 운영하는 온라인 농산물 상점이고, 최루미 씨는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의 회원이다.

    “딸과 함께 영리 목적의 사업이 아닌 사회활동도 해야 한다고 얘기해 왔어요. 코로나 때 대구 시민들에게 고구마를 보낸 것도 사회활동의 하나였죠. 딸이 어떤 활동을 하고 싶냐고 물었고 아이스팩 재활용을 하고 싶다고 했죠.”

     


    물만 들어있는 아이스팩도 있지만 보통 ‘고흡수성 폴리머’라는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있다. 간혹 잘못 알고 내용물을 물에 흘려보내는 경우도 있는데 아이스팩은 쓰레기봉투에 넣어 매립해야 하는 쓰레기다.

    “아이스팩이 어떤 성분으로 되어 있고,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에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데 한 번만 쓰고 버린다는 게 주부 입장에서는 너무 아까운 거예요. 조그마한 일부터 실천해보자 해서 시작한 일이에요. 행정에서 어떤 일을 실행할 때 생각만으로 계획해서 현실에서 적용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우리가 직접 해보고 시행착오를 줄여보자고 한 거죠.”

    모집 하루 만에 400명 신청…3톤 수거 후 세척 자원봉사

    아이스팩 재사용 작업은 크게 수집과 정리, 재사용으로 나눌 수 있다. ‘SAVE US’는 전국을 대상으로 아이스팩을 모아 보내줄 참여자를 찾았고, 방문수거를 하기로 했다. 충남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지원받은 60만 원으로 포스터와 스티커를 만들고 택배비로 사용했다. 부족한 택배비는 논밭상점이 부담했다.

    ‘모든 것을 싹 다 새롭게 바꿀 수는 없는 우리, 지금 여기에서, 우리를 위해 무엇이든 하는 프로젝트’라는 모토로 SNS를 통해 참여자를 모집하자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하루 만에 400여 명이 신청했고 전국에서 문의가 빗발쳤다. 자기 돈으로 택배비를 부담하면서까지 아이스팩을 보낸 사람도 있고, 포스터를 보고 세척공장으로 오해하고 재사용 비용을 측정해 달라고 한 대형마트도 있었다. 학교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과 함께 하면 좋은 교육이 되겠다며 참여하고 싶다고 연락한 경우도 있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냥 버리기에 아까운 거죠. 지금까지도 문의가 오는데, 그럴 때면 사는 지역의 행정과 환경단체에 이런 활동을 요구하라고 알려 드립니다.”

     

    캠페인으로 모은 아이스팩은 227박스, 약 3톤이나 됐다. 종이컵이나 휴지 같은 쓰레기를 함께 보내온 상자도 있었지만 대체로 깨끗했다. 논밭상점 마당에 전국에서 보내온 아이스팩이 담긴 상자들이 차곡차곡 쌓이자 택배기사는 “이 많은 아이스팩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며 걱정하기도 했다.

    수집한 아이스팩을 정리하고 세척하는 작업을 할 차례다. 최루미 씨와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의 신은미 활동가가 세척작업을 담당했다. 자원봉사센터의 도움을 받아 매주 수요일마다 자원봉사자 2~4명이 오면 교육을 간단히 하고, 아이스팩을 크기에 따라 분류했다. 먼지 등 오물을 물로 씻고, 구연산을 녹인 물에 헹군다. 마지막으로 식생활교육 홍성네트워크 지원금 70만 원으로 구입한 자외선 살균소독기에 넣어 건조하고, ‘재활용 아이스팩’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면 작업은 끝난다. 지역신문, 청소년 등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 속에 총 200여 명이 논밭상점을 방문해서 아이스팩 재사용 작업을 도왔다.

    “활동에 흥미를 느껴 먼 지역에 사는 학생들이 찾아오기도 했어요. 코로나가 심해져 자원봉사자가 못 오게 될 때는 모임 인원을 축소하고 되는 만큼 진행했죠.”

    아이스팩 재사용 정착 위한 시스템 필요

     


    아이스팩 재사용 작업은 간단한 활동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했다. SNS를 통해 홍보하고 4차례에 걸쳐 지역신문에 릴레이 기고를 실었다. 군청에서 ‘그만 좀 이슈화 하라’고 말할 정도였다.

    아이스팩의 가장 큰 숙제는 수집도 세척 작업도 아닌 재사용처였다. ‘SAVE US’는 지역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용처를 찾았다. 논밭상점, 홍동농협 하나로마트, 홍성농협 하나로마트, 콩살림, 미트런랩, 삽다리더덕, 평촌요구르트 등에서 재활용 아이스팩을 이용했다. 멀리는 경남 산청까지 재활용 아이스팩을 보냈다.

    “‘재활용 아이스팩’ 스티커가 2~3개씩 붙어서 되돌아올 때 보람이 컸어요. 비슷한 캠페인을 진행하는 다른 지역에서는 사용처를 찾지 못해 어려운 경우가 많더라고요. 다행히 우리는 지역사회의 응원 덕분에 수요공급에 균형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재활용 아이스팩 사용처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아이스팩 재활용이 일상생활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제도와 행정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모임에 참여한 군의원, 공무원에게 사용처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냥 뜻이 좋으니 동참하라고 하는 건 안 돼요. 다들 바쁘게 살고 저마다의 입장이 있는 건데, ‘재활용 아이스팩은 공짜니 더 좋지 않겠냐’는 말은 그야말로 탁상공론이에요. 사용자 입장에서는 규격에 맞고 추가로 처리작업을 할 필요가 없는 새 아이스팩이 훨씬 쓰기 편하거든요. 착한 가게처럼 재활용 아이스팩 사용 가게는 쓰레기봉투라도 준다거나 하는 인센티브가 꼭 필요합니다.”

    홍성군은 2021년 아이스팩 수거함을 읍면 행정복지센터와 아파트에 설치했다. 세척과 살균은 상인회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최루미 씨는 “어떻게 세척하고 어디서 사용하게 할 것인지 시스템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인회에서 하면 더 좋겠죠. 근데 불편하면 안 쓰게 되니까.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아이스팩 재사용을 위해서 세척과 사용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SAVE US’에 의하면 구리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전통시장 상인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세척한 아이스팩을 공급하기로 했고, 아산지역자활센터는 취약계층 일자리사업으로 아이스팩 세척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충남도는 아이스팩 디자인을 표준화해 재활용할 수 있도록 표준디자인 공모전을 진행했고 수거방안을 고민 중이다. 남양주시는 아이스팩 재사용으로 연간 4천 톤의 생활쓰레기를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며 시장이 직접 청와대 국민청원에 아이스팩 재사용 활성화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타 지자체의 다양한 시도를 보며 ‘SAVE US’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모토로 올해도 아이스팩 세척작업을 한다. 지난해 수집한 아이스팩이 아직도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아이스팩은 10번을 넘게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지난 겨울동안 쌓여있던 아이스팩도 세척하니 재사용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어요. 아이스팩 재사용이 가능한 시스템이 꼭 갖춰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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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동일지 >

    2020. 03. 논밭상점×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아이스팩 여기 버려주세요’ 캠페인 기획
    2020. 04. 07. ‘아이스팩 여기 버려주세요’ 신청 접수 시작
    2020. 04. 08. 참여자 1차 마감(400여 명)
    2020. 04. 16. ‘아이스팩 여기 버려주세요’ 홍보물 우편발송
    2020. 04. 21. 아이스팩 택배 수거 시작
    2020. 05. 06. 아이스팩 수거 세척 소독 첫 작업
    2020. 05. 13.~ 매주 수요일 3~5시 아이스팩 세척 소독 작업 및 재사용
    2020. 07. 17. ‘아이스팩 여기 버려주세요’ 중간 평가 회의
    2020. 07. 31. 수거 마감
    2020. 11. 28. 홍성신문 릴레이 기고(4회) ‘홍성군은 아이스팩 수거 안 하나요?’
    2021. 04. 홍성군청 읍면 행정복지센터와 아파트에 아이스팩 수거함 설치
    2021. 04~ 매주 월요일 2~5시 아이스팩 세척 작업 재개

    *2020년 아이스팩 재사용처 : 광천 토굴 전통식품/ 논밭상점/ 대한적십자봉사회 홍성군지부 홍동 봉사회/ 예산지역환경교육센터/ 콩살림/ 평촌요구르트/ 홍성농협 하나로마트 정육부/ 홍동농협 하나로마트 정육부/ 미트런랩 / 삽다리더덕


    글쓴이 : 안현경
    사 진 : 안현경, SAVE US
    발행처 : 충남공익활동지원센터
    실린곳 : 충남시민사회사
    제 작 : (주)지역콘텐츠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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