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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중심 교통체계 구축하는 ‘베리어프리 네트워크’
    충남시민사회사 2021. 5. 10. 11:13

    교통약자를 위한 대중교통 문턱 낮추기

     

    시내버스와 지하철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대중교통만 이용해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자동차를 끌고 나갔다가 차가 밀리면 시간이 더 걸리고, 주차할 곳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반면 지방에서는 자가용이 없으면 온갖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시내버스로 갈 수 없는 곳도 있고, 어쩌다 버스를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자가용이 있는 친구나 부모님에게 매번 부탁하는 것도 눈치 보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든 장애인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양육자, 청소년, 노인, 그리고 자가용 없는 모든 ‘뚜벅이족’는 교통약자다. 

     

    충남에서 가장 인구가 많이 살고 있는 천안은 과연 어떨까? 2020 천안시 지속가능 발전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천안시의 교통분담률은 자동차 95.76%, 보행자 2.77%, 오토바이 0.82%, 자전거 0.56%이다.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PM: Personal Mobility)의 이용률이 전년도보다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명실공히 자동차 중심 도시이다.  자동차의 통행량과 자동차 등록대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다 보니 너도나도 자가용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에게 대중교통의 문턱은 높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사람 중심으로 바꿔보고자 활동하는 단체가 바로 ‘베리어프리 네트워크’다.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지속협)를 사무국으로 하는 천안시 베리어프리 네트워크는 교통약자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할 목적으로 활동을 해오고 있다. 2013년 나눔커뮤니케이션, 다함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천안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한뼘인권행동 단체가 모여 활동을 시작했다. 베리어프리는 영어로 ‘무장애(BF: Barrier Free)’를 뜻한다.

     

    “사람 중심으로 교통 문제를 제기하고 지속적으로 대응하는 시민단체가 없었어요. 사안이 있을 때만 하다가 그치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지속혐이 나서서 네트워크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YMCA에서 일하던 김우수 사무국장이 지속협 사무국장이 된 것은 2010년, 이듬해인 2011년부터 천안 지속협이 교통 관련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1년부터 교통수단 분담률 모니터링을 꾸준히 진행하고 천안시에 자전거 전담부서 설치를 제안했다. 개인형 이동수단(PM: Personal Mobility)에 대한 모니터링도 실시하여 관련 조례 제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충남의 저상버스 도입률, 전국 최하위 수준

     

     

    일반 버스는 보통 3개 정도의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하지만 저상버스는 계단이 없으며 일반 버스보다 차체도 낮다. 출입문에 경사판이 장착되어 있어 장애인은 물론 유아차를 모는 양육자나 노약자 등 교통약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천안시는 2020년 5월 말 현재 삼안여객, 보성여객, 새천안여객 3개 회사 407대의 시내버스가 157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27대가 저상버스로 도입률은 5.9%이다. 이는 2019년 국토부 통계의 전국 평균 26.5%, 충청남도 9.3%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저상버스가 다니는 노선도 6개에 불과하다. 

     

    “시내버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소위 내구연한인 차령 9년 ~ 11년이 경과한 경우 폐차하고 신규 차량을 구입해야 합니다. 매년 차령이 경과한 차량을 폐차하는 만큼 저상버스로 대체해나간다면 교통약자들의 이동 편의가 더 나아질 겁니다.”

     

    천안시의 경우 407대 중 42대, 저상버스 10대가 차령이 9년을 경과했다. 하지만 2021년 저상버스 관련 본 예산은 20억 8,000만 원에 그치고 있다. 저상버스는 도입 가격은 일반 버스의 2배인 2억 원, 전기 저상버스의 경우 4억 원이 든다. 저상버스가 제대로 운행되기 위해서는 무장애 승강장이나 시설 개선 등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다. 행정의 의지가 필요한 대목이다.

     

    “서울시는 100% 저상버스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산의 경우 농어촌지역에 중형 저상버스 보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하겠다는 지자체의 의지 아닐까요?”

     

     

    환경이나 생태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지속협이 교통문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환경부에서 빈곤 감소 및 사회안전망 강화, 건강하고 행복한 삶 보장, 교육증진, 기후변화와 해양생태계 보전 등 17개 목표를 국가 지속가능 발전목표로 정하고 각 부처 자료를 근거로 이에 대한 세부목표 및 지표를 설정한다. 이중 11번의 세부목표에 ‘안전하고 부담 가능한 가격의 교통시스템을 제공하고, 특히 여성, 아동,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을 고려한 대중교통을 확대한다’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한 지표가 바로 대중교통수단 분담률, 교통약자 이용편의 보장률, 녹색교통 활성화 비율 등이다. 천안시 지속협의 활동과도 상통하는 부분이다. 

     

    “최근 시민사회 활동영역도 다양해졌는데 해당 부처에 따라 예산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오래된 거버넌스 기구로서 활동이 어려운 영역을 돕자는 취지에서 네트워크를 만들게 됐어요.”

     

    전담 인력이나 예산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별도의 단체를 만든 것도 아니지만 지속적인 활동력만큼은 대단하다. 베리어프리 네트워크는 2013년부터 공원의 단차를 조사하며 턱을 없애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2014년부터는 투표소 전수조사를 통해 장애인의 참정권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했다. 그 결과 행정으로부터 공원 단차를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냈고 투표소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2020년에는 한들초 통학로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 조사 및 학부모와 학생 대상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저상버스, 직접 타 보면서 개선하자 

     

     

    베리어프리는 2017년부터는 저상버스 이용에 대한 모니터링과 캠페인 등을 해오고 있다. 매월 실무진들이 한 번씩 모여 회의를 하고 두 번씩 거리로 나가 직접 저상버스를 타면서 개선할 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일단은 신체 장애자로 한정해서 4~10명이 모여 움직이는데 장애인들에게 같이 버스를 타자고 설득하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다. 장애인 콜택시를 주로 이용해온 그들에게 버스는 굳이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저상버스 운전기사들의 미숙으로 제대로 정차하는 데 한참이 걸려 일반 승객이나 기사들과 대거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았다. 

     

    “능숙한 기사님이라면 3분 이내 장애인들이 승차할 수 있는데 처음에는 통상적으로 5~10분이 걸렸습니다. 승강장과 나란히 경사로가 연결될 만큼 가까이 주차하는 일이 잘 없기 때문이죠. 일반 승객들은 차도로 내려 위험하게 버스를 타곤 했으니까요. 이것은 사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승객들의 권리와도 연결됩니다.”

     

    장애인이 탑승하면 평상시 속도보다 느리게 달려야 하고, 안전벨트 착용 등도 숙지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았다. 버스 기사 입장에서는 일정 시간 안에 노선을 돌아야 하니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경사로가 고장인 채 운행하거나 작동이 미숙한 경우, 교통약자가 탔을 경우 기사가 안전의무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장애인석 내 청소도구가 있다거나 무정차 운행 등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운행인력의 문제만 탓할 수도 없었다.

     

    “저상버스가 제대로 정차하기 위한 인프라가 필요한데 충남에는 최소한의 무장애 승강장 설치 매뉴얼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일부 버스 승강장의 입구가 좁거나 장애물 때문에 대형버스인 저상버스가 진입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진입한다 해도 안전 펜스로 인해 승하차가 어렵기도 하고, 가로수 화단까지 있어서 접근할 수 없는 곳도 있다. 승강장이 좁아서 휠체어가 드나들 수 없는 곳도 있다. 직접 저상버스를 타보는 캠페인을 지속하면서 자연스레 저상버스 운전자들의 숙련도가 높아졌다는 게 성과라면 성과다. 

     

    ‘느리지만 꾸준히’ 보행자를 닮은 활동

     

    “장애인 콜택시를 부르면 되지 왜 굳이 버스를 타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장애인이 택시를 불러 갈 수도 있고 버스를 탈 수도 있어야 하는 거예요.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자유롭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이동수단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바라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베리어프리 네트워크의 활동은 보행자를 닮았다. 느리지만 꾸준히, 가는 길에 다양한 마주침을 만들어 내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 가면서. 

     

    “베리어프리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만 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2021년에는 교육을 강화하여 학생과 학부모, 유아차를 모는 양육자, 노인 등 다양한 보행약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활동일지>

     

    2013. 05.

    5개 단체가 모여 베리어프리 네트워크 결성

     

    2013. 05 ~ 10.

    턱낮춤을 위한 도심 73개소 공원 모니터링 활동 및 간담회

     

    2014. 04 ~ 2018.

    턱낮춤 공원 모니터링 및 간담회(수시)

     

    2014. 06 ~ 2020. 04.

    참정권 확대를 위한 선거 투표소 모니터링 및 국회의원 후보자 정책질의

     

    2015. 10.  

    공원 턱낮춤 활동으로 지속가능발전환경부장관상 수상

     

    2017. 04 ~ 11.

    저상버스 인프라 구축을 위한 캠페인(매달 2회)

     

    2020. 02.  

    백석동 보행환경 모니터링

     

    2020. 05.

    성환읍 일원 보행환경 모니터링

     

    2020. 06 ~ 11.

    저상버스 인프라 구축을 위한 캠페인(총 6회)

     

    2020. 07 ~ 10.

    한들초등학교 보행안전교육 및 모니터링 및 간담회

     

    2020. 10.  

    저상버스 인프라 구축을 위한 캠페인 결과 천안시의회 시정질문

     

    2020. 11.  

    대전, 세종 저상버스 선진지 견학

     

    2020. 02.  

    2020년 충남시민사회대상 수당 

     

    2021. 03   

    저상버스 인프라 구축을 위한 캠페인(매주 2/4주 목요일)

     

    2021. 04   

    6개 단체로 확대 

     

     

    글쓴이 : 안현경

    사진제공 : 베리어프리 네트워크

    발행처 : 충남공익활동지원센터 

    실린곳 : 충남시민사회사

    제   작 : (주)지역콘텐츠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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