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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폐기물 매립장, 시민안전 위협하는 자본의 검은 힘
    카테고리 없음 2021. 7. 27. 14:25

    시민안전 위협하는 자본의 검은 힘에 맞서다 

    서산 백지화연대 ‘오토밸리 산업폐기물매립장’ 반대 운동

     

     

    “폐기물 처리장을 실제 필요한 용량보다 부풀려서 크게 지어요. 나중에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로는 운영이 안 된다며 전국에서 유독성 폐기물을 들여옵니다. 사업자는 30년 동안 운영하겠다고 약속해놓고, 5년 만에 회사를 부도 처리하고 폐기물만 묻고 떠나버립니다. 화재, 침출수 등 안전 문제가 해마다 발생하지만 사후관리는 시민이 낸 세금으로 지자체가 떠맡게 되는 거죠.”

     

    자본의 욕심은 끝이 없다. 스스로를 증식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벌인다. 환경파괴도 돈을 더 벌 수 있다면 상관하지 않는다. 최근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자본의 무자비한 속성을 일부 제한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서 자본에 의한 환경파괴는 진행 중이다. 

     

    산업폐기물매립장(이하 산폐장)은 환경을 파괴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지만 제대로 규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법률은 환경보다는 자본의 사업권을 보장하고, 일부 권력기관은 산폐장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서산 지역의 환경파괴시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17년 출범한 ‘환경파괴시설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서산시민사회연대(이하 백지화연대)’는 ‘오토밸리 산업폐기물매립장(이하 산폐장)’ 반대 운동을 5년째 이어오고 있다. 시민들의 반발로 산폐장 사업계획서가 취소됐지만 해당 기업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정 공방을 벌였다. 백지화연대 이백윤 집행위원장은 산폐장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돈을 벌기 위한 세력이 달라붙고, 보이지 않는 권력과 결탁되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재판 중인 사안은 감사해서는 안 된다고 법에 나와 있음에도 무슨 이유인지 감사원이 감사를 강행해 사업자를 피해자로 둔갑시켰습니다. 5선 국회의원 최측근으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와 유력 정당에서 꾸준히 이름을 올렸던 사업자가 산폐장 운영 경험이 전무함에도 매우 손쉽게 사업권에 접근해서 대표이사를 맡았어요. 사업자의 이익을 중심으로 넓게 포진된 관행과 보이지 않는 검은 힘이 작용을 하는 겁니다.”

     

    시민들의 거센 반대운동, 사법부에 가로막혀 

     

     

    백지화 연대에 따르면, 2012년 산폐장 시행사인 (주)서산EST가 오토밸리 산업단지 내 폐기물 처리시설 부지를 매입했다. 이후 (주)서산EST는 서산시청과 산폐장 입주계약서를 체결하면서 ‘오토밸리 산업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만 매립할 것’을 약속했다. 같은 조건으로 충남도도 산폐장 계획을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는 산업단지의 폐기물 발생량을 부풀려 매립 용량을 4배로 키웠다. 일반폐기물 매립 비율은 줄이고, 수익이 더 큰 유독성 폐기물의 비율도 늘렸다. 2016년 말 (주)서산EST는 금강유역환경청에 산폐장 사업계획서 승인을 요청하면서 영업구역을 ‘오토밸리 산업단지 + 인근지역’으로 확대했다. 다른 지역의 산업폐기물을 들여오겠다는 속셈을 숨기고 있다가 일단 매립용량을 늘려 놓은 다음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근 주민들이 즉각 반발에 나섰다. 2017년 5월 산폐장 부지로부터 1.5km 거리에 있는 오스카빌 아파트 주민들이 대책위를 구성하고 반대운동에 나섰다. 서산 지역 시민단체들이 동참하면서 산폐장을 막기 위한 싸움이 확대됐다. 백지화 연대도 이때 결성됐다. 당시 오토밸리산단 폐기물 매립장 외에도 양대동 광역쓰레기 소각장, 대산 코크스보일러 설치 등이 논란이 되고 있었고, 백지화 연대에 참여한 22개 서산의 시민사회단체는 이 시설들을 환경파괴시설로 규정하고 백지화를 요구했다.

     

    “서산에는 대산석유화학공단, 자동차 산업벨트 등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기업들이 많아 시민들의 염려가 상당히 높았어요. 산폐장이나 소각장, 코크스 보일러 문제는 시민들의 염려가 대외적으로 표출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환경오염 문제는 인근 주민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하에 공동 대응해왔습니다.

     

    백지화 연대가 출범한 이후 엄마들의 온라인 모임인 ‘서산 맘카페’ 회원들도 결합해 ‘save 서산’ 운동을 펼치는 등 시민들이 대거 참여했다. 산폐장을 반대하는 도보행진과 서산 시청 앞, 충남 도청 앞에서 천막 농성 및 단식에 들어가기도 하고, 금강유역환경청까지 6박 7일간 걸어가서 규탄집회를 열기도 했다. 서산 시민들은 반대운동을 통해 당초 적합 통보했던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2018년 4월 산폐장 사업계획서 취소 조치를 이끌어 냈다. 

     

     

    취소 조치에 반발한 사업자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 6월 1심에서 법원은 서산 시민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2021년 2월 2심에서는 뒤집혔다. 같은 해 6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사업자가 승소했다. 

     

    “법원이 사업의 손을 들어준 건 법적으로 폐기물 처리시설의 영업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는 점이 핵심적인 이유입니다. 문제는 사업자가 폐기물 매립용량을 부풀려 놓고 이러한 법의 독소조항을 교묘히 이용해서 전국 폐기물, 그것도 돈 되는 유독성 폐기물을 묻겠다는 의도가 분명함에도 눈을 감은 겁니다. 특히 산업단지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여러 가지 조건을 붙일 수 있다고 법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애써 무시된 거죠.”

     

    아직 서산시의 건축허가 신청 불허가 소송은 남아 있다. 행정소송 판결로 불리해졌지만 이 싸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 집행위원장은 “어떤 판결이 나와도 싸움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서산EST가 벌어들이는 이윤의 대가로 주민의 건강과 우리의 정당성을 헌납할 수 없다”고 했다.  

     

    대안은 ‘공공운영’… 환경운동가가 된 노조활동가

     

    환경단체들은 산폐장의 공공운영, 발생지 처리 원칙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간기업이 산폐장을 운영하면 주민들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알 수도 없고 화재, 침출수 유출 등 위험이 있더라도 감시할 방법을 마련하기 힘들다. 이 집행위원장은 “공공이 운영하면 협의체를 통해 주민이 참여할 수도 있고 주민들이 직접 감시할 수 있다”며 “운영 이익이 줄더라도 더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군산시에서 지자체가 폐기물 처리장을 운영한 사례가 있다. 산폐장을 운영하던 사업주가 부도가 나자 당진시가 사후관리를 떠안아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도 했다. 

     

    발생지 처리 원칙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저항이나 민간감시가 덜한 지역으로 가서 산폐장을 더 크게 짓고 폐기물을 때려 부어서 돈을 버는 구조”라며 “해당 폐기물은 그 지역에서 스스로 처리하는 능력을 기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백윤 집행위원장은 5년째 접어든 이 싸움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1년 2월에는 오토밸리 산폐장 반대활동에 중심 역할을 한 공로로 (사)충남시민재단이 주최하는 ‘2020년 충남시민사회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환경단체 소속 활동가가 아니다. 2005년부터 기아자동차의 경차를 위탁생산하는 ‘동희오토’에서 일하다가 사내하청 노조 지회장을 맡았다. 동희오토는 노동계에서 ‘노동탄압 백화점’으로 불리는 곳이다. 그는 동희오토에서 노동조합을 만들다가 해고되기도 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동희오토 문제나 지역의 산폐장 문제나 같은 선상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강도가 심하지만 비정규직이다 보니 저항하면 계약해지하고 하청업체를 통째로 날려버리기도 하죠. 지금까지 해고된 사람만 120명 정도 됩니다. 자본의 탐욕에 저항하며 살다가 지역 활동을 시작했는데, 여기서도 기업은 더 많이 벌려고 거짓말을 하고 공무원을 속이고, 공무원은 속아놓고 안일하게 대응하더군요. 부를 추구하는 소수 사람들의 악행으로 다수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두고 적당히 하기가 어려워지더군요.”

     

    산폐장 문제 행정소송 결과로 불리해졌지만, 이 싸움을 거치면서 시민들의 인식이 바뀐 것은 의미 있는 성과다. 이 집행위원장은 “2018년 지방선거 계기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지역의 환경문제 해결이 지역개발 및 경제성장과 비등한 수치로 나왔다”며 “과거에는 공장 유치나 부동산 개발에 높은 가치를 뒀다면, 이제는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민들의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는 것은 뿌듯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불굴의 의지로 버텼기 때문에 이 싸움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시민단체의 힘이라기보다는 주민들의 꺾이지 않는 의지를 발판 삼아 시민단체가 연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요 일지 

     

    2013년 서산시청 (주)서산EST 산폐장 입주계약서 체결

    2017년 2월 금강유역환경청 산폐장 사업계획서 적합 통보

    2017년 7월 백지화연대 출범 

    2017년 8월 서산시민 제1차 총궐기대회

    2017년 산폐장 반대! save 서산 도보행진

    2017년 12월 서산 시청 앞 천막 농성  및 단식 농성

    2018년 1월 금강유역환경청 규탄집회 

    2018년 4월 금강유역환경청 오토밸리 산폐장 사업계획서 취소

    2019년 4월 금강청, 충남도, 서산시 상대로 감사원 행정감사 진행

    2020년 2월 충남도, 감사원 권고로 산폐장 영업범위 제한 조건 삭제

    2020년 2월 충남도청 앞  ‘오스카빌 대책위’ 한석화 위원장 단식농성

    2020년 6월 행정소송 1심 사업자 패소 

    2021년 2월 행정소송 2심 사업자 승소 

    2021년 6월 행정소송 최종심 사업자 승소

     

    글쓴이 : 정명진
    사   진 : 정명진, 백지화연대
    발행처 : 충남공익활동지원센터
    실린곳 : 충남시민사회사
    제   작 : (주)지역콘텐츠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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